페이스북의 시민참여 담당자가 22일(현지 시간) 블로그를 통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나쁜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을 얼마나 악용했는지를 깨닫는 데 우리는 너무 오래 걸렸다. 소셜미디어는 최악의 경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뉴스의 랭킹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사와 매체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자기반성인 셈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개입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여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으며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독일이 올해부터 가짜뉴스를 방치한 플랫폼 기업에 최고 5000만 유로(약 657억 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전 세계가 소셜미디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22일 “미디어들이 페이스북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뉴스 이용료 지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한국의 포털사이트들엔 해외 소셜미디어의 위기의식이나 자기반성은 남의 일이다. 뉴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는커녕 외부 청탁을 받고 게시된 기사의 위치를 바꿔 여론을 왜곡한 기업이 네이버다. 연관 검색어를 자의적으로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다 최근 댓글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네이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었다. 어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색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와 관련해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하기도 했다.
네이버에 대한 비난과 당국의 조사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공연이나 상품 후기에 이른바 ‘댓글 알바’를 고용한 마케팅 업체들의 ‘입소문 공작’이 진행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도 네이버는 이를 외면해왔다. 기사에 달린 허위 사실, 인격 모독 댓글까지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번 수사 의뢰에 대해서도 “댓글 조작 논란은 처음이 아닌데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니까 움직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악성, 허위 댓글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명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 먼저 포털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기반성부터 하지 않는다면 결국 민주주의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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