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청년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향후 3, 4년에 대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 장관들을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 해결에 대해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 미래를 지켜주는 것으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국가 존재 이유’까지 거론한 것은 그만큼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음에도 취임 8개월이 지난 지금 대통령 집무실 일자리 상황판에 집계된 청년(15∼29세)실업률은 9.9%다.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8.8%)보다 높고, 전체 실업률 3.3%에 비해서도 3배나 높다. 지난해 성장률이 3.1%로 전반적인 경기가 아주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이 이렇게 치솟은 데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관계 장관들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이유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금 들여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현재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날 중소기업의 역할만 강조하고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이나 금융부문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혁명적으로 풀고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든다면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들은 나올 수 있다. 특히 의료 관광 교육 문화 등 서비스업 분야는 청년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역대 정부도 그랬고 지금 정부도 규제 사슬을 풀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여당과 노조의 압력에 밀려 막혀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장관들을 질책하듯 여당과 노조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청년실업은 물론 전반적인 일자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이 일자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부터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실천으로 보여 줘야만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