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로 인해 유럽에 사는 유대인 10명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많은 유대인을 구출한 독일 사업가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나치에 맞선 의인은 쉰들러만이 아니었다.
▷폴란드 간호사 이레나 센들레르는 2500명의 아이들을 바르샤바 게토에서 탈출시키는 데 앞장섰다. 영국 정보원 프랭크 폴리는 베를린을 무대로,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는 헝가리에서 자국 여권을 유대인에게 발급해 탈출을 도왔다. 그제 홀로코스트의 날을 맞아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들을 이름 없는 영웅으로 조명했다. 73년 전 1월 27일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유대인들이 해방된 날. 유엔은 이날을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로 정했다.
▷집단학살을 주도했던 국가의 지도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통렬한 반성을 빼놓지 않았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인종갈등과 증오의 확산을 우려하면서 반유대주의 문제를 다룰 직책의 신설을 다짐했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연정을 위해 극우 정당과 손을 잡았으면서도 “오스트리아는 가해자 중 하나였으며 사상 최악의 범죄인 홀로코스트에 가담했다”고 못 박았다. “수백만 명을 살해한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는커녕 반성조차 건성건성 하는 이웃 나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 2015년 정부 간 합의를 방패 삼아 되레 우리를 향해 큰소리치는 듯한 형국이다. 어제는 일본 정부가 미 국무장관의 위안부 관련 발언을 꼬투리 잡아 미국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렉스 틸러슨 장관이 ‘더 해야 할 일’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일 합의와 관련해 추가 조치를 촉구한 한국의 편을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발끈했다는 것. 역사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해마다 기억을 되새기는 나라들과 어떻게든 망각 속에 묻으려는 나라. 제2차 세계대전 가해국들의 상반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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