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어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빈 교실을 수업, 병설유치원 등 학교 본연의 기능에 우선 활용하되, 지역사회의 수요에 따라 어린이집으로도 적극 쓸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학교가 어린이집 설치를 꺼려 빈 교실 수를 축소하지 않도록 빈 교실의 개념도 ‘활용 가능한 교실’로 확대했다. 3월까지 빈 교실의 산정 기준과 활용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학교 안 어린이집’ 설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학교는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릴 묘안으로 꼽혔다. 주택 밀집지역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부지 매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란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무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2일 학교 안 어린이집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와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가 운영 책임 등을 놓고 갈등하며 벽에 부딪혔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처 간 의견 조정을 서두르라고 지시했고, 빈 교실 활용 원칙을 도출하게 됐다. 이번 합의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사회가 함께 손을 잡고 해법을 찾는 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간한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2017년 합계출산율 추정치는 1.26명이다. 분석 대상 224개국 가운데 219위로,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런 저출산에는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힘든 데다 경제적 부담이 함께 작용해 출산을 꺼리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현장 행보로 어린이집을 찾은 것도 저출산의 굴레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학교 안 어린이집을 가로막은 부처 간 논란이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마뜩지 않아 한다. 초등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학교 개방에 따른 안전 우려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다만 교육계는 당장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사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데 어린이집과 학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역사회에 교문을 열 때까지 각 이해관계자는 머리를 맞대고 안정적인 운영의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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