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정식 데뷔한 송해 씨는 63년째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연출자를 300명 이상 겪은 기록도 갖고 있다. 그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첫 프로그램이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동아방송의 ‘스무고개’다. “양주동 박사 등 명사들을 불러놓고 스무고개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퀴즈를 풀지 못하면 우리가 콩트를 하면서 힌트를 주는 거지. 그때는 방청객이 있었어요. 하루는 양복을 입고 나가고 하루는 한복을 입고 나가고. 분장도 하고….”
그는 “신문과 방송, 둘 다 동아는 아주 강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 가수들인 김세레나, 김부자 등등은 다 동아방송 출신들이에요. 동아방송은 다른 방송하고는 달랐어요. 국악과 민요에도 참 많은 관심을 가졌고요. 방송사를 운영하는 모습도 참 세련되고 깔끔했어요. 대개 설 추석 되고 이러면 담당 PD한테 선물 주는 관행이 있었어요. 그런데 동아방송은 오히려 출연자들에게 선물을 줬어요. 거기에 연예인들이 애정을 가지기도 했지요.”
그는 1960년대 동아방송의 ‘나는 모범 운전사’ 진행을 맡기도 했다. “요즘 다들 하는 교통 정보 알려주는 프로그램 있죠? 그걸 동아방송이 제일 먼저 했어요. TV 시대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면 라디오 방송이 경쟁력을 가질까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예요. 얼마나 시대를 앞서 나간 겁니까. 시그널 뮤직을 블루벨스가 불렀는데 그게 아주 유행곡이 됐어요. 무교동 낙지 골목을 가면 손님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곤 했죠.”
‘나는 모범 운전사’ 진행할 때의 에피소드. “그때는 돈지갑 잃어버렸다고 방송을 하면 즉시 들어올 때가 많았어요. 어떤 사람이 용달차 계약 중도금을 택시에 놓고 내린 거예요. 딱해서 이걸 방송을 했더니 돈이 들어왔어요. 잃어버렸던 사람과 찾아준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만났죠. 주인이 그 자리에서 돈의 반을 갈라서 찾아준 사람에게 주고요. 훈훈한 모습이었고, 보람이 컸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