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한우]가상통화,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디지털융합비지니스학 교수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디지털융합비지니스학 교수
이스라엘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와 유통과 관련된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가상통화 창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 정부는 2019년부터 국가공인 가상통화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한 정책 초점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옮겨갈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말한 국가형 가상통화는 기존 디지털 가상통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비트코인 기반 가상통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원조인 비트코인 알고리즘을 부분 수정한 알트코인들이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과 ‘지캐시’가 있다. 둘째,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으로 불리는 그룹이 있다. 이들은 기존 공개된 블록체인 시스템의 상단에서 새롭게 레이어를 추가하여 작동한다. 카운터파티와 어거 코인 등이다.

전통적 금융회사들과 재정기관들은 알트코인이든 디앱이든 어떤 것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중앙의 허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비트코인 가족화폐들은 인터넷 뱅킹과 달리 이체 시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 청산, 결제 기능이 자유롭다. 그리고 바로 그 장점 때문에 거래자들은 비트코인을 구입한다. 하지만 미국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발행 및 거래 승인을 담당하는 중앙기관의 존재에 강조점을 둔다.

우리 정부는 방향성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가상통화 과세 방안을 마련한다고 분주할 뿐이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와 상호 교환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금융 분야 그 이상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온전한 이해만이 대담한 혁신정책을 낳을 수 있다.

암호화폐 산업은 거래소, 지갑, 결제, 채굴의 4가지로 구성된다. 케임브리지대 ‘글로벌 암호화폐 벤치마킹’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1876명의 전일제 근로자가 암호화폐 산업 분야에 있다고 한다. 채굴회사들의 종업원 수까지 포함하면 이 산업 분야에 고용된 근로자는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소속된 기업들의 서비스 복합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갑 내부에 충전을 위해 거래 서비스를 삽입하고, 거래소는 암호화폐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지갑 기능을 제공한다. 결제회사들은 환전 기능을 포함하기도 한다. 가상통화 산업의 규모와 융합화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화나 자산으로만 취급하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고서를 좀 더 살펴보면 현재 38개국에 걸쳐 약 150개의 암호화폐 기업이 4개 산업군에서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이 32개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중국이 29개로 바짝 추격 중이다. 3위인 영국은 16개로 1, 2위와 꽤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은 비트코인 거래량의 규모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대표 기업은 부재하다.

가상통화에 대한 큰 관심은 정책 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호기다. 가상통화를 융합산업으로 분류하여 관련 기업을 육성해 고용을 창출하고 디지털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디지털융합비지니스학 교수
#이스라엘#비트코인#스타트업#가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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