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같았던 드론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돼 밤하늘을 날았다. 스키장 상공에선 스노보드를 탄 사람의 형상이 됐다. 다시 뿔뿔이 흩어진 드론은 오륜기로 변했다. 드론 불빛쇼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해외에서도 “컴퓨터그래픽(CG) 아니냐”는 등 놀라움과 찬사가 쏟아졌다. 1218대로 구성된 드론쇼는 기네스북에 신기록으로 등재된다.
▷수많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편대비행의 조종사는 한 명이었다. ‘조종사’로 불리는 요원은 사전에 설계된 비행을 시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세 명의 모니터 요원은 각 드론의 상태를 관찰했다. 드론쇼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인텔이 만든 ‘슈팅스타’ 기종이 사용됐다. 인텔 제논 프로세서가 장착된 컴퓨터 한 대가 실시간으로 각 드론과 통신하며 1218대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라이브 공연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평창에서 녹화한 영상을 생중계 영상에 덧씌웠다. 날씨가 큰 이유였다. 드론은 정해진 경로를 날면서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카메라 등으로 주변 드론의 위치를 확인한다. 바람에 밀려 드론이 흔들리면 주변 드론도 함께 움직이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한겨울 평창의 강풍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인텔은 지난해 슈팅스타의 회전 날개를 교체하고, 핀란드에서 비행 테스트까지 거쳤다. 하지만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드론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점과 혹시 모를 돌발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1위 드론 생산 기업은 중국의 DJI테크놀로지다. 다만 정밀 비행 기술은 또 다른 영역이다. 각종 센서는 물론 실시간 통신 및 전파 간섭 방지, 자율 제어 시스템 등 더욱 진보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기술로 이어진다. 지금 평창은 드론뿐 아니라 5세대 이동통신,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면, 기업들은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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