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으뜸의 트렌드 읽기]큰 서점은 책을, 동네책방은 취향을 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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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매년 사람들의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표 중 하나가 ‘독서’다. 삶의 지혜와 선인들의 경험, 다양한 감정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두루 담겨 있는 책을 읽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대부분 독서가 ‘꼭 필요한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했고(78.2%), ‘가끔 책을 너무 안 읽고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80.8%)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목표를 세우고 다짐해야만 조금이나마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책과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독서량이 줄어들었다. 절반가량(48.6%)은 과거에 비해 책을 적게 읽는 것 같다고 느꼈고 예전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3.1%에 불과했다.

독서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을 시간적인 여유의 부족(57.8%, 중복응답) 때문이었다. 책이 잘 읽히지 않고(34%) 책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28%)는 것도 독서량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좀처럼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한 데다 스마트폰 등 다른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멀리하게 된 사람이 많았다. 서점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책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점의 엄숙한 분위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새로운 문화생활과 여가활동의 공간으로 주목 받는 ‘동네 책방’의 등장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동네 책방은 기존의 중소형 서점과는 구분되는 형태로 흔히 특정한 콘셉트와 독특한 취향을 내세워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독서활동이 가능하고 책방의 성격에 따라 공연 및 모임에 참석하거나 커피와 맥주를 곁들일 수도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책이 소비되는 기존 서점과는 다르게 차별화된 옷을 입고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10명 중 7명이 동네 책방을 하나의 문화생활 공간(70.6%)으로 바라봤다.

더 나아가 동네 책방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공존하는 장소가 많아질 것 같다(65.4%)는 의견도 상당했다. 다양한 문화와 취향이 공존하는 동네 책방의 매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동네 책방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78.3%)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네 책방이 독서와 서점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봄 직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동네 책방을 참고서와 문제집을 파는 중소형 서점과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고 방문 경험도 적은 편이다. 굳이 책을 구입하려고 대형 서점 대신 동네 책방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문화적 취향이 공존하고, 책을 좀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동네 책방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독서#문화생활#여가활동의 공간#동네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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