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 편백(扁柏)은 ‘잎이 넓적한 측백나무’를 뜻한다. 측백나무의 잎도 넓적하다. 붉은색의 줄기와 세로로 벗겨지는 껍질은 편백의 또 다른 특징이다. 편백은 일본에서 히노키(檜)라 부른다. 그런데 편백을 의미하는 히노키의 한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전나무를, 중국에서는 향나무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시대 사료에 등장하는 ‘회’는 번역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료에 등장하는 ‘회’에 대한 오역 사례가 적지 않다.
편백은 낙우송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삼나무 및 금송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다. 일본에서는 편백의 재질이 단단해서 예부터 불을 일으키는 나무로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 남쪽 지방의 경우 나이가 많은 울창한 편백 숲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편백은 주로 삼나무와 더불어 1904년경 일본에서 수입한 나무다. 편백은 성장이 빠르면서도 목재의 가치가 높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조림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요즘에는 치유의 숲에 관심이 높아져 편백에 대한 인기도 아주 높다. 전남 장성군 축령산휴양림과 경남 양산시 법기수원지를 비롯한 남부 지역 곳곳에서 편백 숲을 만날 수 있다.
편백이 치유의 수단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이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나무의 자기방어 물질이지만 인간에게는 유익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편백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이 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의 가치를 피톤치드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이는 식물을 약효 중심으로 인식하는 본초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휴양림을 피톤치드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는 것도 지양할 부분이다.
진정한 치유는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치유의 수단이 아닌 인간과 똑같은 가치를 지닌 생명체로 인식할 때 가능하다. 편백이 자신을 치유해줄 것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숲에 들어가기보다 나무와의 만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숲에 들어가야만 치유가 가능하다. ‘초간노자(楚簡老子)’ 제10장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다. ‘불행은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큰 게 없고(禍莫大乎不知足), 만족을 아는 것이 만족이며(知足之爲足), 이것이 영원한 만족이다(此恒足矣).’ 매사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야말로 최고의 피톤치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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