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드갈의 한국 블로그]겨울왕국 축제의 문은 모두에 ‘렛잇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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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어렸을 때 몽골에서 방송으로 세계적인 대회나 올림픽을 시청할 때마다 나는 ‘실제로 이런 큰 규모의 대회를 직접 보는 기회가 생길까’라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이 이번 겨울올림픽을 통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렸기 때문이다. 흔하지 않은 기회를 잡은 영광의 주인공들은 바로 한국인이며, 이들보다 더 운이 좋은 사람들은 바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다.

한국 경제는 빠른 시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은 이제 한국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 넘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이미 다민족 국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 왔던 2009년 당시 한국과 현재 한국은 분명 다르다. 과거에는 길거리에서 외국어로 대화하거나 통화할 때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외국어로 대화를 해도 사람들은 별다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외환위기 등 숱한 사건 사고를 잘 견뎠다. 특유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적응력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고 이 때문에 한국은 이번 겨울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모국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필자는 비록 한국인은 아니지만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응원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평창 올림픽에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를 하면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외국인의 눈으로도 이런 모습은 쉽게 포착된다. 서울역에는 지난해 여름부터 평창 올림픽 홍보전시관이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여름철 홍보관만 봐도 더위를 식힐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도 모르게 평창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잘 살펴보니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에는 올림픽과 관련된 홍보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홍보물이 대부분 영어와 한국어만으로 적혀 있다는 점이다.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정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최대한 많이 경기를 관람하게 하고 싶었다면 영어, 한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도 평창 올림픽의 홍보물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 이유는 영어, 한국어로만 적으면 다른 언어권의 외국인들은 홍보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평창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했다. 대부분 올림픽에 대한 홍보는 TV,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도 이런 매체들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 가족 등의 소식을 접하려고 SNS를 자주 이용하기 마련이다. 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SNS를 통해 평창 올림픽에 대한 소식을 해외로 전달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SNS를 활용한 홍보를 더 많이 했어야 했다. SNS를 통해 외국어로 전 세계에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는 것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경기장 관람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체류기한이 만료되는 외국인들에게 체류기한을 30일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외국인들의 체류기한을 연장할 때 매우 엄격하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체류 외국인 대부분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 단기간 방문한 외국인부터 곧 체류기한이 만료되는 장기 체류 외국인들까지 모두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사람들은 올림픽 경기 일정까지 모두 계산해서 입국할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체류기한 연장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며 지구인들이 하나가 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대한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다. 지구촌이 하나 되는 올림픽을 앞으로도 염원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평창 올림픽#외국인 체류기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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