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헌재]평창 올림픽이 ‘진짜’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03시 00분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우려는 기대로, 불안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반환점을 돈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바라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의 시선이 그렇다.

9일 개막한 평창 올림픽이 순항하고 있다. 텅 빈 관중석이 걱정됐던 경기장엔 사람들이 넘친다. 17일 현재 입장권 판매가 100만 장이 넘었다. 마스코트 수호랑을 활용한 ‘평창 굿즈’(평창 올림픽 라이선스 제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경기장 시설과 숙박 등에 대한 각국 선수단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불규칙한 수송, 몇몇 인사들의 ‘갑질 논란’ 등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인 올림픽에서 지금처럼 큰 잡음 없이 굴러가기도 쉬운 건 아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돼 평창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동안 몰랐던 겨울올림픽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설 연휴 모여 앉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창 올림픽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IOC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하늘이 돕는 나라인 것 같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다. 실제로 첫 단추인 개회식은 하늘의 도움 덕에 무사히 치러졌다. 개회식의 가장 큰 걱정은 평창의 혹한이었다. 지붕 없는 스타디움에 모인 3만5000명의 관중이 꼼짝없이 추위에 노출될 뻔했다. 그런데 개회식 전날까지 그렇게 추웠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온화해졌다.

성공적인 개회식 후 평창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25일 폐회식까지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평창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평창 올림픽은 아직 IOC가 내준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레거시(Legacy·유산), 즉 시설물들의 사후 활용 계획이다. IOC는 대회 직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관련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물론이고 강원도와 정부 역시 별다른 대책이 없다.

IOC의 입장에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미 많은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화이트 엘리펀트’(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시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6년 여름올림픽을 개최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2014년 겨울올림픽을 열었던 러시아 소치가 대표적이다. 올림픽을 열겠다는 나라는 점점 줄고 있다. IOC가 분산 개최와 기존 시설 재활용 등을 통해 개최국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려는 내용의 ‘어젠다 2020’을 발표한 배경이다.

사정이 더 급한 건 우리나라다. 12개 경기장 가운데 무려 4곳(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정선 알파인경기장,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이 활용 방안이 없다. 짓는 데 수천억 원을 썼는데 유지하는 데에도 연간 수백억 원의 혈세를 부어야 할 판이다.

등산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려오는 것이란 말이 있다. 평창 올림픽은 지금 정상을 향해 가고 있다. 정상에 선 기쁨은 클지 몰라도 내려올 게 걱정이다. 무사히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야만 진짜 성공한 대회가 될 수 있다. 하늘의 도움보다는 사람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국제올림픽위원회#ioc#수호랑#평창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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