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에 온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와 답변했던 장면이 인상에 남았다.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조하겠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했다. ‘반대로 내가 물어보고 싶다.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좋은가. 나는 논리적으로 디자인됐다.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구하겠다’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AI를 비롯하여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물을 지능화하여 인간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를 형성한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실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러한 기술과 인프라의 혁신이 또 다른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유는 경제, 사회의 대변혁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 각국은 속속 신기술과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사정은 이와 달리 규제라는 장벽에 걸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개발이나 응용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분야에서 법률이 허용한 것 외에는 금지되는 것이 원칙인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신기술 서비스도 법령의 규제를 통과하거나 법이 허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법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규제개혁토론회를 통해 규제 시스템의 과감한 전환을 발표하였다. 도전적인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내놓고 혁신기술을 응용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고 규제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제4기 정책과제를 마련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송통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동의를 얻는 방법을 인터넷사이트나 e메일, 전화로 한정하던 것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동의 방식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사물 위치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령의 규제대상인 위치정보의 정의에서 사물 위치정보를 제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의 기반으로 활용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그간 방송통신위원회가 추구해 온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와 개인정보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 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5년과 2016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정보통신발전지수 세계 1위가 말해주듯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우리에게 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또 다른 기회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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