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천세진]폭력과 억압이 ‘문화’라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19일자 A10면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의 “남편들에게 잔소리 그만…” 단독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행복한 국가 1위의 비결에 대한 것이었지만 노르웨이가 정당하고 평등한 사회로 인식돼 있음에도 ‘미투’가 이슈가 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미투’ 확산과 함께 문화권력의 정점에 있던 이들이 가면을 벗고 있다. 가면 뒤의 민낯은 추악하다.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보기 어렵다. 관행이었다는 변명도 한다. ‘관행’이란 주장은 문화가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것이라는 논리에 기대려는 것이지만 한 분야의 대가들이 가져야 할 도덕성까지 관행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우리의 문화는 참담할 정도로 부끄럽고 빈곤했던 것이다.

가부장제가 오랫동안 공고했다. 한 성(性)에게 폭압적 권력을 준 것이 ‘문화’라고 불렸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행복한 국가들은 양성평등지수가 높다. 노르웨이에서도 이슈가 됐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적 노력이 그들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미투’가 퍼져 나가야 할 분야가 많다. 반(反)문화로 쌓은 문화는 허위다. 허위의 문화로는 행복한 문화국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노르웨이#문화권력#가부장제#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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