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45>그냥 발음해보면 ‘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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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희망을 ① 안다 / 희망으로 ② 안다

평창 올림픽 후원광고 문구다. 발음해 보자. 우리는 ①은 [안다]로 ②는 [안따]로 소리 낸다. 이 광고의 모델인 김연아를 포함해 우리 모두 그렇게 발음한다. 이 둘이 소리가 다른 이유는 뭘까. 다른데도 같은 모양으로 적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다른 단어이니 발음이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멋진 답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모든 단어가 각기 다른 원리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예를 보자.

안다[안따], 안고[안꼬], 신다[신따], 신고[신꼬]

‘안다’와 ‘신다’는 다른 단어다. 그런데 똑같이 된소리 규칙이 적용되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이들을 묶는 규칙이 들었기에 생기는 일이다. ‘ㄴ’이나 ‘ㅁ’으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 뒤 첫소리를 된소리로 만드는 규칙이다. 광고 문구의 ①이 된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알다’에는 원래 ‘ㄴ’이 없으니 된소리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즈음 되면 한숨이 나온다. ‘동사, 형용사’에 ‘ㄴ, ㅁ으로 끝나는’까지. 이건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동사’나 ‘형용사’라는 말을 하는 이유부터 보자. 이상하게도 이 된소리 현상은 ‘동사’나 ‘형용사’에서만 일어난다. ‘ㄴ’과 ‘ㅁ’으로 끝나는 명사에 ‘ㄱ’이나 ‘ㄷ’을 연결해 보자.

㉠신(鞋), 안(內):
신과[신과], 신도[신도] / 안과[안과], 안도[안도]
㉡몸(身), 밤(夜):
몸과[몸과], 몸도[몸도] / 밤과[밤과], 밤도[밤도]


㉠, ㉡은 ‘ㄴ, ㅁ’으로 끝났지만 된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래처럼 동사나 형용사는 모두 뒤의 ‘-다’가 된소리가 되는데 말이다.

신다[신따], 안다[안따], 감다[감따], 넘다[넘따]

동사이니 명사니 하는 말이 이 규칙 설명에 필요한 이유다. 그러면 “‘ㄴ’이나 ‘ㅁ’으로 끝나는”이라는 말이 필요한 이유를 보자. ‘안다’는 ‘안-’ 속에 모든 의미가 들어 있다. 국어의 동사, 형용사는 어미 없이 설 수 없기에 ‘-다’를 붙인 것뿐이다. 그러니 “‘ㄴ’이나 ‘ㅁ’으로 끝나는”이라는 말은 이 ‘-다’ 앞이 ‘ㄴ’이나 ‘ㅁ’인 것들이라는 의미다. 아래 예를 보자.

담기다[담기다], 신기다[신기다], 안기다[안기다]

이 단어들에는 앞서 본 ‘담다, 신다, 안다’가 들었는데도 된소리 발음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이들 단어는 ‘담기-’ ‘신기-’ ‘안기-’로 모두 ‘기’로 끝나는 동사들이다. 환경이 다르니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 복잡한 현상을 외워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표기법은 언제나 말소리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이 복잡한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활용해 정확히 발음해 낸다. 이렇게 발음하는 것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반영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발음과 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안다#신다#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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