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백범, 美 OSS, 시안훈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일 03시 00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부대(OSS)는 1942년 창설됐다. CIA 홈페이지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참전을 계기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만들고, 1차대전에서 활약한 윌리엄 도너번 장군이 초대 수장을 맡았다. 이로써 국방부 육·해군 등 여기저기 흩어진 첩보활동을 총괄하는 전시첩보기관이 탄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백범 김구 주석은 1940년 한국광복군을 창설하고 1∼3지대를 충칭, 시안, 푸양에 두었다. 2차대전 막바지, 백범은 OSS와 손잡고 국내 침투를 위한 ‘독수리 작전’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어제 본보에는 이 작전을 위해 중국 산시성 시안에 마련됐던 광복군-OSS훈련소가 공개됐다. 현지 취재를 통해 조국 독립을 염원한 청년들이 수직에 가까운 험난한 협곡을 오르내리며 사격 교량파괴 같은 특수군사훈련을 받았던, 그 치열한 현장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1945년 8월 7일 시안에서 백범은 도너번과 만나 한반도 진공에 대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대일(對日) 군사 공동작전에 합의했다. 시안과 푸양에서 비밀훈련을 받은 광복군 정예대원들을 산둥반도에서 미국 잠수함에 태워 본국으로 침투시킨 다음, 연합군의 일원으로 곳곳에서 교란작전을 펼치겠다는 연합작전의 구상이었다. 한미 군사협력과 합동훈련의 뿌리가 임시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공동작전을 실행하기도 전에 일본이 항복하는 바람에 한국은 승전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백범이 “수년 동안 애를 써서 참전을 준비한 것도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며 탄식한 이유다.

▷‘韓美親善 平等互助’(한미친선 평등호조·한국과 미국이 친선을 다지고, 동등하게 서로 돕자). 1949년 1월 주한 미국대사관 그레고리 헨더슨 문정관에게 백범이 써준 친필 휘호다. 그가 광복 이후에도 한미관계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미래의 지향점을 예리하게 짚어냈음을 알 수 있다. 독립을 향한 뜨거운 집념과 열정이 스며든 시안훈련소. 정부는 중국 당국에 이곳의 의미를 알리고 기념 공간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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