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막연하게 느껴지던 ‘미래사회’의 모습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리며, 실제 제품 및 서비스로 상용화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 보인다. 인공지능이 더욱 편리한 삶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만큼이나 결국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일상생활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탑재돼 있고, 특히 스피커 형태로 많이 상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 비서’를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기존의 단순한 음성명령 기능을 뛰어넘어 개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며 사물인터넷을 제어하는 등 인공지능 비서의 능력은 꽤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관심을 모은 것이 불과 2년 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인공지능 비서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혁신적이고(43.9%·중복응답), 로봇 같다(43.5%)는 의견과 함께 신기하고(38.1%), 똑똑하고(36.3%), 유용하다(35.4%)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자주 사용할 것 같지 않고(12.7%), 왠지 불안하다(12.5%)는 부정적 이미지는 약한 편이었다. 아직은 인공지능 비서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보다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83.9%는 인공지능 비서가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고 바라봤으며 인공지능 비서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는 데 78%가 공감했다. 다만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라는 시각(36%)은 많지 않았다.
물론 다른 미래기술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인공지능 비서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65.8%), 일상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것(62.7%)이라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인공지능 비서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위험하다(64.5%)는 생각은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86.8%가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칠 만큼 인공지능 비서 시장의 향후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사용할 것 같은 기능으로는 ‘외국어 번역’과 ‘개인 일정 관리’를 많이 꼽았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비서가 일상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우려대로 ‘학습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비서의 등장이 가져올지 모르는 부정적인 영향들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인공지능 비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 먼저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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