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사절로 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파견한다. 특사단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됐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내일 오후 북한에서 돌아와 보고를 마친 뒤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어제 “특사단이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북 특사단에 장관급 두 명을 포함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두 사람 가운데 대북통인 서 원장 대신 대미통인 정 실장을 단장으로 내세운 것은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미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대북 메시지로 읽힌다. 두 사람을 곧이어 미국에 보내 사실상 대미 특사를 겸하도록 한 것도 어떻게든 북-미를 중재해 대화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각각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대미 소통채널을 유지해 왔다. 이들의 대미 메신저 역할에도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특사단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북-미 간 신경전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북한은 3일에도 “결코 대화를 구걸하거나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미를 본격 대화에 앞선 탐색대화에 끌어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북-미가 탐색대화에 나서도 곧바로 파국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사단은 무엇보다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 없이 남북관계는 한 치도 진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김정은은 자신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부터 원할 테지만, 정상회담도 북-미 대화가 본궤도에 들어가기 전엔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같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북핵 위협은 북-미 간 문제만이 아니다. 북핵 폐기 없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다. 특사단은 북-미 대화를 위한 중재 외교력도 발휘해야겠지만 단순히 ‘중매인’이 아니라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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