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견 조선업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STX조선은 추가 자금지원 없이 자력 생존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STX조선에 대해서는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의 고강도 자구 노력과 함께 고부가가치선박 건조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도 유도하기로 했다. 다음 달 9일까지 회사와 노조가 인력 40% 감축 등 고강도 자구계획 등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STX조선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는 더 이상 혈세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이해당사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2010년 이후 STX조선에 11조3000억 원, 성동조선에 4조2000억 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도 일자리 문제와 지역 민심의 눈치를 보느라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던 구습에서 벗어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외부 컨설팅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는데도 정부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며 다시 검토에 들어갔었다. 특히 성동조선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3배나 됐다.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진 기업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면서 비용 부담만 키운 셈이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노동계의 반발을 극복하고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세심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행 과정에서 기업의 회생 노력과 고통 분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결단도 필요하다. 조선업은 시작일 뿐이다. 자동차, 타이어 등의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산업 전반을 체계적,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다시 연명 처방이 반복되면 더 큰 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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