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뒤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다음 달 1일 실시된다. 미국 언론들은 독수리훈련이 이달 31일(한국 시간 4월 1일) 시작돼 5월까지, 키리졸브연습도 4월 중·하순 진행된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미가 이달 말로 발표 자체를 미뤄놓은 사안이지만 이젠 기정사실화된 일정이다. 우리 국방부도 어제 “예년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훈련 기간이나 참여전력 규모의 축소 없이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어제 방한한 스콧 스위프트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연합훈련이 계속될 텐데 그때 확장억제 전력이라든지 원자력잠수함 같은 것들을 한반도에 전개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이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자 송 장관은 다시 “아니, 한반도에 오지 않고…”라고 했다.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4, 5월엔 전략폭격기나 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를 전개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5월 전역을 앞둔 스위프트 사령관이 그동안 전략자산 배치를 위해 고생한 데 대한 ‘위로와 농담’ 차원에서 건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잦은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송 장관이긴 하나 농담이나 말실수로만 들리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양해한다면서도 ‘앞으로 조절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데 대한 성의 표시 차원에서, 나아가 4월 말 판문점 정상회담을 감안해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훈련 축소를 검토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특사단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오늘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김정은 면담 결과를 설명한다. 이를 토대로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에 나설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때까지는 어떤 제재와 압박도 풀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제재 이완을 노린 북한의 속임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런 ‘압박 속 대화’ 기조에 우리 정부도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특사단 방북 성과를 “남북 간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이런 흔들림 없는 대북 압박 의지를 보여주는 대북 메시지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진 장관이 북한의 유화공세에 들뜨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무책임한 농담이나 한다면 미국이, 그리고 북한이 어떻게 보겠는가. 압박이 없이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지도, 계속 끌고 갈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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