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산촌 준비를 하면서 ‘6차 산업’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6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생산), 2차(가공), 3차(서비스) 산업의 숫자를 곱하면 6차 산업이 된다. 6차 산업에는 무형자산이 추가돼야 한다. 유통, 체험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농장의 특징을 찾아내 감성을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달했고 경쟁에서 밀린다.
농촌에서도 재배기술은 널리 알려져 수확물의 품질은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감성 스토리 등을 담아야 차별화를 추구할 수 있고 신뢰감, 브랜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소비 형태와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졌고 시장도 다변화됐다. 경쟁도 심해졌다. 그러나 국내 청정 임산물에 대한 콘텐츠와 홍보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임산물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 상식을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무형자산이 콘텐츠로 담겨야 한다.
필자의 산촌 지역은 백두대간 지역으로 지하에는 동양 최대의 게르마늄 벨트가 형성돼 있다. 수확물의 맛이 다르다. 1960, 70년대 정부 주도로 나무를 심어 현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필자의 임야는 지난 40년 동안 축적된 낙엽으로 부엽토가 40cm 이상 쌓였다. 천연 거름이다. 흙 색깔이 짙은 갈색이고 냄새는 산삼 수준이다. 여기서 채취된 임산물은 흙이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임야는 해발 700∼900m에 걸쳐 있다. 새벽에는 안개가 끼어 있다. 모든 수확물은 안개와 이슬을 먹고 자라며 겨울이면 눈을 이불 삼아 한파를 견딘다. 물과 공기는 맑디맑다. 이것 또한 임산물에 적용돼야 할 중요한 콘텐츠다.
역사, 전설도 담을 수 있다. 필자의 산촌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개’라는 뜻으로 빼재 또는 수령(秀嶺)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삼국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전투가 많았던 곳으로 뼈가 많이 묻혀 ‘뼈재’라 불렸다는 말도 있다. 수확물에 산촌 이름을 붙이면 이야기가 담긴 충실한 콘텐츠가 된다.
임산물은 청정한 숲에서 자라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재배된 임산물은 겉모양이 비슷해도 절대 천연 임산물과 같을 수 없다. 맛과 향, 효능에서 차이가 크다. 청정 임산물을 인공으로 재배하면 자생력이 약해져 효능이 떨어진다. 청정 임산물로 인정을 받으려면 비옥한 흙에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자라야 한다. 소비자들은 계속 섭취할 임산물이라면 직접 생산 현장을 한번 정도는 방문해 재배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다. 소비자가 재배지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청정 임산물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은 토양, 품질, 재배 현장 등 300가지 이상의 검사를 거쳐 청정 임산물을 인증해준다. 합격한 임산물에는 ‘청정숲푸드’라는 브랜드가 붙여진다. 한식, 국내 드라마, 케이팝 등 한류가 세계 구석구석으로 전파되고 있다. 청정 임산물도 콘텐츠를 담아 차별화를 이뤄내면 훌륭한 한류 전도사가 될 수 있다.
윤창효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