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투 가해자 가족 공격, 상처에 상처를 덧내는 잔인함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확산되면서 일부 누리꾼이 성폭력 가해자 가족에게까지 마녀사냥식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조민기 씨 가족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조 씨 부인의 블로그에는 “그 집 딸도 당해야 세상은 공평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미국 유학 중인 조 씨 딸에게도 “미국 교수에게 똑같이 당할 것”이라는 악담이 쏟아졌다. 배우 조재현 씨의 딸에게는 “성범죄자 딸”이라는 굴레를 씌웠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가족에게는 “네 가족들도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

평소 친근감을 느꼈던 유명인의 비도덕적인 이면을 발견한 실망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투 가해자 가족은 가해자의 가해 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이야말로 남편이나 아버지로 인해 피해자 다음으로 충격을 받았을 사람들이다. 어떤 가족에게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런데도 상처 위에 상처를 덧내는 듯한 막말을 퍼붓는 것은 잔인하고 가혹하다.

권력에 의한 부당한 성폭력 피해를 없애자는 것이 미투 운동의 본질이다. 가해자 가족에 대한 공격은 부당할 뿐 아니라 미투 운동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오히려 미투 운동을 저해할 수 있다. 그것은 용기를 내서 피해를 폭로한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막말 댓글은 글로 쓴 성폭력이라고 할 만하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일이다. 그동안 미투 폭로자 가족이 입는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사회 곳곳에서 경각심을 촉구해왔다. 이제는 미투 가해자 가족이 받는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가해자는 오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더라도 가해자 가족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남녀가 공평한 직장이나 학교를 만들기 위해 미투 운동을 벌이는 성숙한 사회에 걸맞은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