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을 앞두고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외이사진을 분석해보니 전직 장차관이나 판검사,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에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는 권력기관 출신이 전체 132명 가운데 46명으로 34.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 분석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장차관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판검사 출신이 11명, 국세청 7명, 기획재정부 6명, 금융감독원 6명, 공정거래위원회 4명 등 순이었다. 대기업 사외이사가 힘 있는 부처 퇴직관료의 일자리 창구가 된 셈이다.
대기업들이 사외이사의 3명 중 1명꼴로 이들을 영입하는 것은 ‘바람막이’가 필요해서라고 봐야 한다. 걸핏하면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 또는 국회 출두나 특별세무조사, 공정위 일제조사 위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官)은 아니지만 정권과 이른바 코드가 잘 맞는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추천되거나 선임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포천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74%가 전문성 있는 기업인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정치적 바람막이, 권력 로비용으로 활용되는 사외이사는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 행태다.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권력기관 출신이 기업에 대관(對官) 창구용 사외이사로 내려오는 악순환 공생(共生)구조야말로 하루속히 청산돼야 할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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