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권한 더 내려놓고 더 겸손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0시 00분


문무일 검찰총장은 어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수용하고 대기업과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수사는 고등검찰청이 있는 5개 지검에 국한하며 조폭·마약수사를 별도 수사기관으로 넘겨 검찰의 직접 수사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지휘·종결 권한을 경찰에 넘기는 데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을 지키지 못한 업보로 검찰은 권한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수사를 넘겨주고 경제·금융을 제외한 1차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야 할 판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대생 및 간부후보생 합동 임용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언급까지 했다.

프랑스혁명 때 탄생한 검찰제도는 시민 권리 보호를 위해 검사가 사법경찰의 통제를 맡게 했다. 선진국 검찰은 이에 따라 기소를 전담하고 기소에 필요한 범위의 수사지휘를 한다. 법무부·검찰개혁위원회도 검찰권의 남용 우려가 있는 수사지휘권의 원칙적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 지휘권은 물론 수사 종결권도 경찰에 넘길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막는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지만 기득권을 놓지 못하겠다는 뜻은 아닌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공수처와 검찰이 ‘병존(竝存)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권한이 집중된 검찰의 마구잡이 수사와 인신 구속에 대해선 비판이 거셌다. 최근 검찰의 적폐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폐단이 불거졌다. 검찰과 공수처 두 기관이 경쟁하듯 수사에 나서면 인권침해 소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무소불위의 검찰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검찰이 이번에 제시한 ‘중대부패 범죄 의무적 기소’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 등과 같은 방안만으론 뿌리 깊은 검찰 불신을 없앨 수 없다. 검찰이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수사 및 기소 과정에서 ‘겸손한 검찰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검사가 하고 싶은 수사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수사를 한다는 각오가 절실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사법개혁특별위원회#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제도#검찰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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