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3일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전하러 온 서훈 국가정보원장에게 자신과 같은 금색 꽃무늬 의자를 내줬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부터 외국 인사 접견 때 혼자서만 화려하고 쿠션이 높은 의자에 앉았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 문화 ‘오모테나시’와 안 맞는다는 지적에도 고집하던 의자 의전을 바꾼 것이다. 앞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접견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나란히 앉았다. 백악관 참모들이 그 옆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반면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 실장과의 면담에서 또 ‘외교 결례’ 논란을 불렀다. 시 주석은 회의를 주재하듯 상석에 앉고, 정 실장 일행과 중국 측 배석자들이 마주 보게 좌석을 배치했다. 외교 프로토콜에서 보기 힘든 ‘황제식 접견’ 모양새였다.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외빈 접견은 이례적이었지만 상식과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외교 의전에 맞지 않았다.
▷외교 무대에서 의자나 좌석 배치를 둘러싼 기 싸움은 숱하다. 1951년 7월 6·25전쟁의 첫 정전회담 때 일화도 있다. 회담 장소는 공산당 측이 고집하던 개성이었다. 유엔군 수석대표는 회담장에 앉다가 깜짝 놀랐다. 공산당 측 대표의 의자가 30cm가량 높았기 때문이다. 유엔군 대표는 재빨리 다른 의자로 바꿔 앉았지만 사진 촬영은 이미 끝났고, 공산당 측은 이를 ‘승리’로 선전했다.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의자도 일종의 협상 전략이었다.
▷중국은 최근 주석 임기 제한 규정을 폐기하며 ‘시(習)황제 시대’를 열었다. 2013년 집권 이후 ‘시진핑의 중국’이 거둔 성과를 찬양하는 선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초월하는 ‘세계 1위국’으로 부상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 주석은 집권 1기 초반에만 해도 한국의 대통령 특사를 맞을 때 나란히 앉았다. 시 주석의 황제식 접견은 ‘굴기(굴起·우뚝 섬)’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책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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