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과 ‘어떻든’을 보자. 단어들은 서로 관계 맺고 있기에 그 관계를 보아야 맞춤법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하였다. 그 관계를 고려한다면 이 둘의 표기는 좀 이상하다. ‘아무튼, 어떠튼(×)’으로 적든, ‘아뭏든(×), 어떻든’으로 적어야 원리가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붙은 ‘-든’은 선택을 표현하는 말이다. ‘-든’의 앞부분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표기 원리를 살펴보기로 하자.
① 아무튼, 여하튼 ← 아무하든, 여하(如何)하든 ② 어떻든, 이렇든, 저렇든, 그렇든 ← 어떠하든, 이러하든, 저러하든, 그러하든
①, ②는 모두 ‘하다’와 관련된다. ‘아무하다’, ‘어떠하다’의 ‘-하다’에서 ‘ㅏ’가 탈락하고 ‘ㅎ’이 남은 것이다. 그런데 이 ‘ㅎ’을 ①의 ‘아무튼’에서는 ‘ㅎ’과 뒤의 ‘-든’의 ‘ㄷ’을 축약해 ‘ㅌ’으로 적어야 하고 ②의 ‘어떻든’에서는 ‘ㅎ’을 앞 음절에 남겨 표기해야 한다. 차이를 알려면 ‘어떠하다’와 ‘어떻다’의 관계를 보아야 한다.
어떠하다, 어떠하더라도, 어떠하고, 어떠하지 → 어떻다, 어떻더라도, 어떻고, 어떻지
우리는 ‘어떠하다’의 준말 ‘어떻다’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한다. 살아 있는 말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은 ‘어떻- + -든’으로 구분해 의미를 밝혀 적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다, 저렇다, 그렇다’도 마찬가지다. ‘ㅎ’을 밝혀 적는 것이 의미 파악에 유용하다. ‘이렇고’, ‘저렇고’, ‘어떻고’와 ‘이렇든, 저렇든, 어떻든’의 연관 관계로 의미 파악이 훨씬 쉽다.
‘아뭏다, 여a다’라는 단어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실은 ‘여하하다’나 ‘아무하다’라는 원말 자체도 현실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유독 ‘여하튼’이나 ‘아무튼’은 우리가 꽤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남았을 뿐이다. ‘여a다(×)’나 ‘아뭏다(×)’라는 말이 쓰이지 않는데 이 단어들에 ‘ㅎ’을 받침으로 남겨 ‘여a든(×), 아뭏든(×)’이라 적는다 해보자. 의미 파악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단어들의 표기에 ‘ㅎ’을 받침으로 남기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여하튼’이나 ‘아무튼’이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의 제1항을 다시 기억해 보자.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어떻든’은 ㉯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고, ‘아무튼’은 ㉮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든’이라고 적어도 [어떠튼]이라고 말한다. 이 ‘말소리’와 ‘어법’의 관계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이 말소리와 어법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 ‘어떻든’의 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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