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남용이 과도해지고 있다. 과연 이래도 될 것인지 소름이 끼칠 때도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소시민의 씀씀이를 ‘스튜핏(stupid)’과 ‘그뤠잇(great)’이라는 이분법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근검절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연예인이 무분별한 과소비에 경종을 울리는 방송 취지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고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에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멍청해’ ‘대단하다’ ‘훌륭하다’ 등이 가능하다.
‘일(work)과 개인 삶(life)의 조화(balance)’를 뜻하는 합성어를 ‘워라밸’이라고 한다. 가상통화가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는 ‘가즈아(gazua)’는 원래 ‘가자(go)’를 길게 늘어뜨린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신문에서 방송 프로그램 편성표를 유심히 살펴봤다. 프로그램 이름으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사이언스 맥스’, ‘과학다큐 비욘드’, ‘레인보우 루비’, ‘사이언스타 Q’, ‘원나잇 푸드트립 스페셜’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방송 진행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또 어떠한가. 핫 플레이스, 비하인드 스토리, 팩트 체크, 스마트 시티…. 굳이 외국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잘 표현할 수 있는데, 한국어 방송에서 외국어 단어를 과다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꼭 필요한 무기를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 영어 교육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하고 유아 대상의 영어학원은 하루 평균 영어 수업 시간이 4시간 57분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어 학습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굳이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지 않더라도 외국어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외국어를 잘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말과 글을 더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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