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이 열리는 4년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어김없이 홍역을 치른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벌어진 ‘왕따 논란’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빙상은 지난달 평창 올림픽에서 13개의 메달(금 4개, 은 5개, 동 4개)을 땄다. 하지만 선수들과 연맹이 이룬 성과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빙상연맹은 없어져야 할 ‘적폐’일 뿐이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성적이 최상의 가치였던 시절에는 금메달을 따면 그 과정은 자연스레 묻히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빙상은 점수 판별이 명확한 양궁, 사격 등과 달리 이론의 여지가 너무 많은 종목이다. 쇼트트랙만 해도 반칙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 최민정은 평창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임피딩(밀기) 반칙으로 실격당했다. 전문가들조차 “왜 그게 반칙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은 실격이었다.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도 마찬가지다.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경기 초반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막내 정재원의 희생이 있었다. 좋게 보면 환상의 팀워크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의 눈에는 특혜와 ‘짬짜미(담합)’일 뿐이다. 실제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 주최로 열린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다른 선수의 메달을 위해 자신의 아들, 딸이 희생했다는 스케이트 맘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한 실업팀 감독은 “매스스타트에서는 모든 나라가 작전을 쓴다. 작전을 쓰지 않고 메달을 못 따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작전을 쓰면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빙상인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빙상이 부진했다고 생각해 보라. 국민들의 관심은 식고, 기업들의 후원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한국 빙상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부터 여자 팀추월에서 벌어진 ‘왕따 논란’ 등 빙상연맹에 대한 감사에 들어간다. ‘왕따 논란’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정부나 국민들의 시각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 빙상의 시선이 메달에 맞춰져 있는 한 빙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론의 여지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최상이지만 빙상 종목에서는 쉽지 않다.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빙상연맹의 운영 방안도 달라질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