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능숙하게 외교… 북한에 북-미 대화 필요성 강조
트럼프의 초청 수락은 이례적… 승부 걸어볼 만한 도박으로 판단
한반도 평화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 번의 만남으로 다 해결 못해, 지난한 협상 거쳐야 합의 가능
지난주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 전망을 한껏 높인, 숨 막힐 정도로 급박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다. 나는 운이 좋게도 중대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서울에 있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대화 의향을 밝힌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두 달간 능숙하게 외교를 펼쳐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김정은의 신년 대화 제스처는 한반도 긴장 수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인해 매우 위험한 수준에 점차적으로 다가가고 있을 무렵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전쟁이 언제 발발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김정은의 대화 의향이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현명하게 탐색했다. 김정은도 올림픽 기간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여동생을 개회식에 파견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의향을 전달하면서 진지한 의도가 있음을 보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평양을 방문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에만 남북 대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대화 테이블에 의제로 내놓을 준비가 돼 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할 것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했다. 북한은 또한 올림픽 폐회 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이해한다고 밝혔고, 대화 재개 대가로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발표한 뒤 정 실장은 즉각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저 없이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5월이 가기 전에 김정은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자신의 뜻을 한국 대표단이 직접 전 세계에 알리도록 했을 때 모두가 놀랐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직접 만나게 된다. 트럼프의 초청 수락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상회담은 대개 참모진의 꼼꼼한 고려와 준비 과정을 거쳐 열린다. 하지만 북한은 결코 일반적인 협상 대상이 아니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정책 결정권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고, 트럼프는 자신이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협상가(hands-on negotiator)’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트럼프의 결정이 옳았다고 믿는다. 북한 지도자를 만나기로 합의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큰 도박이다. 하지만 전쟁을 막고 북한 비핵화에 이르는 과정을 시작할 수만 있다면 승부를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박이다. 물론 북한 지도자는 미국 대통령과 만나게 될 경우 그 권위가 한층 강화되겠지만 한국과 미국은 분명 힘의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강화된 대북 제재 조치와 더불어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옵션에 기댈 것이라는 공개적인 의지 표현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이나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아뒀다. 북한도 구체적인 비핵화 진전 없이 우리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풀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발을 맞춰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인들이 주도할 때 언제나 가장 성공적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북한과 접촉하는 데 있어 포부를 크게 품어야 하지만 동시에 정상들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평화를 향한 엔진에 시동을 거는 데 있어 국가 지도자들은 그 누구보다 적합하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북한은 매우 깐깐하게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전문 외교관들이 이끄는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야만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를 증진시키는 검증 가능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진은 분명 북핵 위기 상황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간 데 대해 축하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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