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바비 인형과 패션브랜드 모스키노가 손잡고 만든 광고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바비 인형을 갖고 노는 소년이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장난감 마케팅에서도 성 중립(gender-neutral) 관점이 중요해진 것이다.
▷남녀를 명확하게 구분 짓던 고정관념에 차츰 균열이 커지고 있다.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genderless)는 올해도 패션 키워드로 꼽혔다. 지난해 구치 컬렉션에서는 남성 모델이 꽃자수에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옷을 입고 나왔다. 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남녀 옷 구별 없이 ‘언젠더드(Ungendered)’ 라인을 선보였다. 미국의 150여 개 대학에는 남녀가 함께 쓰는 화장실이 설치됐다. ‘몰카천국’인 국내에서도 성 중립 화장실이 등장했다. 찬반양론이 여전히 뜨겁지만.
▷교복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초중고교생 대부분 교복을 입는 일본에서, 그것도 남학생들은 옷깃이 세워진 검은 학생복과 바지, 여학생은 세일러복에 짧은 스커트가 대부분인 나라에서 처음으로 젠더리스 교복이 등장한다. 지바현 가시와시에서 4월 개교 예정인 중학교가 ‘넥타이와 리본’, ‘바지와 스커트’ 중 선택하도록 한 것. 남학생도 스커트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성소수자(LGBT)를 배려하고, 젠더를 둘러싼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시도다.
▷성별의 장벽을 허무는 움직임은 다방면에서 감지된다. 미국 하버드대는 3년 전부터 신입생이 자신에게 적용되길 원하는 인칭대명사에 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남녀대명사(‘He’ ‘She’)와 함께 중립적 단어(Ze, E, They)도 제시한 것. 런던의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는 ‘신사 숙녀 여러분’을 “안녕하세요 여러분(Hello everyone)”으로 대체했다. 지난달 캐나다는 1세기 만에 국가의 가사를 바꾸기 위한 입법 절차를 마쳤다. ‘모든 그대의 아들들(all thy sons)’이란 표현을 ‘우리 모두(all of us)’로 바꾸겠다는 것. 이제 한국 사회도 성 중립, 그 거센 변화의 물결에 답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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