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뉴멕시코 앨버커키의 경찰관 라이언 홀렛(27)은 순찰 도중 한 여성 노숙인이 벌건 대낮에 마약을 팔뚝에 주사하려는 걸 목격했다. 한눈에 임신부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만삭이었다. 홀렛이 외쳤다. “당신 배 속의 아이를 살해하는 끔찍한 짓을 왜 하는 거죠?” 그녀는 무너지듯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을 곳도, 키울 곳도 없어요.” 그 순간 홀렛은 하늘에서 ‘네가 이 아이를 맡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홀렛은 네 자녀의 아빠다. 그런데도 사정을 들은 아내는 아이의 입양에 기꺼이 동의했다. 한 달 뒤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홀렛은 이렇게 회고한다. “그 노숙인을 향해 누구나 어떤 말(비난)이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중요한 건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내가 돕지 않는다면 다른 누가 그녀를 도울까?’라고 생각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연설(1월 30일) 자리에 홀렛 부부를 초청했다. “홀렛은 새 딸 이름을 ‘희망(Hope)’이라고 지었습니다. 당신과 당신 아내는 이 나라의 선량함(goodness)을 상징합니다.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2020년 재선 도전 슬로건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로 정해 놨다. 그는 ‘멕시코 중국 한국 등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늘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하고, 한국이 대미무역 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쓸 것처럼 겁을 준다.
기자가 미국에 느끼는 위대함은 트럼프식 위대함이 결코 아니다. 세계 1위의 국내총생산(GDP)이나 세계 최강의 군사력도 아니다. 마약 중독 노숙인의 아이를 입양하는 홀렛 같은 삶 속의 영웅들, 그런 미국 시민들이 보여주는 선의(善意)와 헌신이다.
위대한 미국의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게 표현하면 특이하고 솔직히 말하면 이상하다. 미국 외교 현장사령탑인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해고하는 걸 정상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미국답지 않고, ‘트럼프스러울’ 뿐이다. 미국의 유명 정신건강과 의사, 심리학자들이 “트럼프의 불안정함과 변덕스러움을 감안할 때 대재앙을 초래할 수준의 위험한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할 가능성이 있다. 이 재앙은 미국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하는 지경이다(‘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시민들은 다음 선거 때 ‘찍을지, 말지’ 판단만 하면 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그가 왜 그러는지’ 분석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를 포함해 전 세계는 그런 트럼프를 상대해야 한다. ‘위대한 미국의 힘센 대통령’이란 옷을 입은 ‘예측불허의 이상한 사람 트럼프’와 어렵고 힘든 협상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은 ‘불량국가의 이상한 지도자’(김정은)와 ‘위대한 나라의 이상한 지도자’(트럼프) 간 한판 정면승부다. 그 둘 사이에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정상국가 한국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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