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대우자동차 인수 계약을 맺기 위해 방한한 잭 스미스 당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차세대 자동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에 산업은행은 당시 GM의 ‘먹튀’를 우려해 15년 동안 GM의 지분 매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GM은 꾸준했다. 2007년까지 두 자릿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유지됐고, 2016년에도 9.9%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렇게 내실 있던 한국GM이 망가진 건 누구 때문일까. 최근 4년 동안 약 3조 원의 적자가 누적된 배경으로 2대 주주인 산은의 관리 소홀, 강성 노조 때문에 발생하는 고비용 구조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도 큰 책임은 GM의 경영 실패다.
경영학 원론은 경영의 3요소로 ‘3M’을 꼽는다. 사람(Man), 돈(Money), 물자(Material) 등 세 가지를 제대로 갖춰야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GM은 우선 사람, 즉 노사 관리에 실패했다. 한국GM은 강성 노조 때문에 고비용 구조가 정착됐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조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맺는 것도 경영진의 능력이다. 두 번째로 돈, 즉 재무 관리에도 실패했다. GM 본사는 한국GM이 대규모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대출 이자로 연 1000억 원의 이자를 챙기고 과도한 연구개발비를 부담케 해 재무 상황을 악화시켰다.
마지막으로 한국GM이 생산하는 차량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중시하게 됐고 경쟁사들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주력 차종을 바꿨지만 GM의 대응은 안일했다.
그런데도 GM은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인정한 적이 거의 없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의 면담 자리에 동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경영상 실수가 있어 미안하다는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영업 기밀이라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주력하는 상황이다.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위해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도 GM은 “영업 기밀”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GM의 부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조,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급격한 변화 등의 탓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라면 이런 난관을 예상하고 경영할 책임이 있다.
한국GM이 2015년 홈페이지에 게시한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 창출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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