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강물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②퉁퉁 분 라면이 오히려 맛있다. ③국수가 불기 전에 건져라. ④면이 불어 터졌다.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밑줄 친 단어들의 기본형을 ‘불다’라고 생각하기에 생긴 일이다. ①, ③, ④에서 모두 ‘불-’이 확인되고 ②의 ‘분’도 ‘불다’는 ‘ㄹ’로 끝나는 형용사가 ‘ㄴ’을 만나면 ‘ㄹ’이 탈락한다는 원리로 설명이 되기는 한다.
컴퓨터도 ①∼④의 표기를 모두 맞는 것으로 인식하여 오류를 표시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으니까. ①∼④에서 올바른 표기는 ④번뿐이다. ①, ②, ③이 모두 잘못된 표기라는 말이다. 왜 그럴까? 위에 보인 예들의 기본형은 ‘붇다’이다. 그래서 ①, ②, ③은 아래와 같이 수정하여야 한다.
①강물이 붇고 있는 상황이다. ②퉁퉁 불은 라면이 오히려 맛있다. ③국수가 붇기 전에 건져라.
‘붇다’라는 단어는 모음 앞에서는 ‘ㄷ’이 ‘ㄹ’로 바뀌는 불규칙 동사다. ‘붇고, 불어, 불은, 붇기’로 변하는 단어인 것이다. 복잡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이런 식의 변화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다. 잘 ㉠듣고 ㉡들은 대로 적으시오. 저 친구가 ㉠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라.
우리는 이들 문장 속 단어의 기본형이 ‘듣다, 묻다’임을 잘 안다. 그리고 이들이 ‘들은, 물어’로 바뀌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불규칙 동사이지만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잘 구별해 발음하고 그대로 적는 것이다.
‘붇다’ 역시 이런 종류의 단어 중 하나다. 같은 원리의 동사인 ‘싣다’와 함께 보자. 물이 ㉠붇기 전에 건너라. ㉡불으면 위험하니까. 짐을 ㉠싣기 편한 데 차를 댔으니 짐을 ㉡실어 봅시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나와야 한다. ‘듣고, 들은/묻고, 물은’은 쉬운데, ‘붇고, 불은’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언어는 불규칙한 요소들은 자꾸 규칙적으로 바꾸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다. ‘라면이 불은’의 ‘붇다’가 그런 경향을 나타내는 예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 변화가 이 단어의 기본형을 ‘불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하는 것이다. ‘물이 붇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상황이 줄어든 것도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는 그런 변화가 언어 규범에 반영할 정도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혼동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언어의 변화로 생기는 일이므로. 하지만 공식적인 상황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려면 확인하여 발음하거나 표기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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