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물의 미래, 자연에서 찾다!’인데 한국의 물 문제를 성찰하기에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물 관리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물 관련 정책과 사업은 예산낭비, 중복사업 등으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최근 수돗물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물 관리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와 독일을 다녀왔다. 첫 방문지였던 네덜란드는 수세기 동안 물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다. 통합 물 관리, 거버넌스, 수자원기관의 임원 직접 선출 등 물과 관련된 정책이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다. 네덜란드의 물 사용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1인당 150L다. 수돗물을 직접 식수로 마시는 비율(음용률)은 60% 이상이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 자연스레 수돗물은 ‘먹는 물’로 인식돼 있다.
현지에서 방문했던 상수도 공급회사나 네덜란드 수자원국에서도 페트병에 담긴 물은 없었다. 수돗물을 잔에 담아 방문객들에게 제공했다. 다만 네덜란드 수자원기관은 수돗물 음용률 향상을 위해 탄산수와 오렌지를 첨가하는 등 더 맛있는 수돗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이유는 뭘까? 먼저 네덜란드에는 수질과 생태계에 대한 규제완화 논란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엄격한 규제와 처벌로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수돗물은 최고의 보호 식품으로 인식돼 2011년 급수법을 식수법으로 대체했다. 물 관리청은 유역과 지역을 아우르며 강력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독일에서 수자원 부족 문제는 없다. 농업폐수는 지하수 오염을 일으키는데 산업폐수는 강으로 들어오기 전 하수처리를 한다. 공장별로 처리장에서 처리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산업폐수 배출수는 엄격한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오게 한다. 다만 독일에서는 최근 식수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식수는 여러 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쉽게 오염될 수 있다. 그래서 식수원 일대를 수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화훼 등 농작물을 키울 수 없으며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는 차량도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 수자원 보호구역 비율은 1990년 12%에서 현재 14%로 그 비율을 늘리고 있다.
국내 물과 관련된 정책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장관들은 경제성장률을 위해 상수원 유역에 공장증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업무지시 6호인 물관리 일원화는 국회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물관리 일원화는 부처별로 분산된 물관리 기능을 한 부처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한국정책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물관리 일원화로 부처 간 중복사업을 줄이면 연간 10억 t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10년 동안 5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물관리 일원화는 정치 쟁점의 영역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큰 틀에서 물 정책을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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