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의 일본인 여성 와카미야 마사코 씨가 최근 유엔 사회개발위원회 회의에서 연설을 해 화제가 되었다. 이 할머니는 무려 80세가 넘어 프로그래밍을 배워 지난해 단계별로 인형을 정해진 위치에 놓는 고령자용 스마트폰 게임 앱인 ‘히나단’을 개발했다. 개발의 목적이 더욱 감동적이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마트폰 게임은 대체로 시간을 다투는 방식이라 고령자가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노인들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수많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공유된다. 손쉽고 편리한 기술로 누구나 콘텐츠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감성이다. 국가와 전문기관이 나서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해 콘텐츠를 직접 선택, 소비하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는 콘텐츠 큐레이션 교육을 해야 할 이유다. 와카미야 할머니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노장년층을 위한 평생교육도 필요하다.
콘텐츠산업 성장의 관건은 소비자도 생산자도 아무 차별 없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와 플랫폼 보유가 가능한 대기업의 콘텐츠 시장 독점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차별 없는 콘텐츠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의 근절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콘텐츠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지역민의 콘텐츠 소비가 감소하면 생산이 축소되고 일자리마저 감소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율주행차를 탄 사람들이 이동시간에 대체로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등의 유행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보다 풍요로운 콘텐츠 소비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런 트렌드와 4차 산업혁명이 맞물려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산업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공식은 첨단기술과 상상력의 결합이다. 우리 국민의 상상력을 계층과 소속을 막론하고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누구나, 콘텐츠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새 시대의 성장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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