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문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경찰국의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놀라운 설명을 들었다. 인구 310만여 명인 마드리드의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불과 20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2000년도에는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일군 비결은 무엇일까. 한 경찰 간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행자 우선 문화의 정착을 강조했다.
우리는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보행자가 교통사고로 가장 많이 숨지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OECD 회원국 평균이 1.1명인 반면 한국은 3.5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계속 줄지만 보행자 사망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스페인과 한국의 차이는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은 도심 차량 속도를 시속 50km로 제한한다. 한국은 시내 일반도로 제한속도가 60km다.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도심 속도를 50km 이하로 제한한다. 보행자가 많거나 좁은 도로 근처에서는 아예 차량 속도를 20km 이하로 지정했다. 이른바 ‘보행자 우선도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행자를 대하는 운전자들의 태도다. 스페인에서는 운전자가 천천히 걷는 사람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보행자가 횡단보도 근처에 있기만 해도 모든 차량이 자연스럽게 멈춘다.
해가 저문 뒤 한국의 운전자들은 제한속도나 신호를 쉽게 위반한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마치 보행자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듯 가속페달을 밟는다.
한국이 스페인처럼 되려면 우선 도로교통법의 틀을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차가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환경에서 보행 사망자를 줄일 수 없다. 더 나아가 속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의식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 동참을 위해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 2018년 올해가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교통문화 정착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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