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한 여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투운동이 어제로 두 달이 됐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사직에서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다 거짓 해명이 드러나 서울시장 출마는커녕 정계를 떠나는 신세가 됐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은 문단에서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고 연극연출계의 거장 이윤택은 단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미투운동을 이만큼 끌어온 것은 피해자들의 신뢰할 만한 폭로였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은밀한 성추행과 성폭행을 제3자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피해자가 수치를 무릅쓰고 하는 용기 있는 폭로이기에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된 가해자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부인하다가도 피해자의 폭로가 가진 진실의 힘에 밀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혹 제기 측을 고소까지 하며 20일 넘게 버티다 더 철저히 무너진 정 전 의원이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미투는 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팟캐스트 ‘나꼼수’의 일원으로 활동한 김어준 씨는 다수의 진보 진영 인사들에 이어 정 전 의원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자 보수 진영의 공작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며 미투운동을 왜곡하고 미투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 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정 전 의원의 거짓을 옹호하는 나꼼수 수준의 방송을 하다 지금 거센 하차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에 다툼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해서 구속을 면했다. 혐의에 다툼이 있다고 해서 폭로가 잘못됐다고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성범죄의 증거는 피해자가 처음부터 마음먹지 않는 한 완벽히 수집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입증보다 원치 않는 관계였다는 사실이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보다 정교한 사법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사법 처벌 여부로만 미투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미투운동을 저해할 수 있다.
미투는 여성이 중심이 된 21세기판 차별극복운동이다. 20세기 여성은 참정권을 위해, 가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교육받고 직장을 얻기 위해 싸웠다. 여성들은 이제 직장에서 남성과 차별받지 않고 일하길 원한다. 여성과는 회식도 하지 않겠다는 식의 퇴행적 태도는 미투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미투는 실은 남성에게도 매우 중요한 운동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직장에서 부당한 권력행사의 희생이 되곤 한다. 다만 여성은 남성과 달리 성(性)적 굴욕을 종종 요구받았던 것이다. 직장 내의 상하(上下)관계나 직종 간의 갑을(甲乙)관계에 기초한 부당한 권력행사가 없어지는 것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가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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