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꼭 1년이 된다. 하필 그날을 앞두고 드러난 ‘세월호 7시간’의 ‘실체’는 참담하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내 관저 침실에 있다가 보고를 받았고, 10시 22분에야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해 첫 지시를 내렸으며, 오후 2시 15분 최순실 씨와 청와대 관저에서 만나 안봉근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제쳐놓고 비선(秘線)인 최 씨와 집사 격인 사람들과 국가적 참사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행적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거짓으로 일관했던 것 역시 최순실의 존재를 감추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관저를 방문한 사람은 간호장교와 미용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영선 전 행정관이 사고 당일 최 씨가 사는 서울 압구정동 집 근처에서 먹은 김밥가게 카드 기록이 드러나면서 꼬리가 잡혔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없어져도 찾아나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뒤늦게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진실’에 새삼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생때같은 아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데도 도로 침실에 들어갔다는 대통령의 공감 능력 없음 때문이다. 28일 대통령의 밀회설, 성형수술설 등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현재의 야당(여당의 오기인 듯)뿐 아니라 시민단체, 소위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해야 한다”던 자유한국당도 다음 날 입장을 바꿨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불행한 그 사고에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것 그 자체 하나만으로 국민들이 어떤 경우든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잘못했다”고 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했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 대통령이 ‘관저 침실에서 근무했다’는 궤변만 늘어놓는 참모가 옆에 있던 것도 국가의 불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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