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어제 폐비닐·페트병 수거를 거부한 37개 업체를 모두 설득해 업체들이 다시 수거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비닐 잔재물도 공공소각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소각비용을 낮춰주고, 동남아 등 재활용 시장 활로도 개척하겠다고 했다. 쓰레기 대란 장기화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민간 소각업체들이 소각비용까지 대폭 올려 재활용업체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확실한 대책 없이는 수거·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 거부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근본적 해결의 길은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에 묻혀 살다시피 하는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 범국민적인 환경운동이 펼쳐졌다. 동아일보의 그린스카우트 캠페인을 비롯해 주요 언론사들과 환경단체 등이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배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힘을 합쳤다. 정부도 1995년 쓰레기종량제를 세계 최초로 전국에 도입했다. 초기 반발도 있었지만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연간 16% 이상 줄고 재활용 처리 비중은 3배 이상 느는 등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힐 만큼 정착됐다.
그러나 재활용품은 분리배출만 하면 버리는 비용이 들지 않고, 아무리 많이 써도 모두 자원으로 재생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니 가정 업소 누구도 스티로폼 용기와 비닐·플라스틱을 쓰고 버리는 데 거리낌이 없게 됐다. 비닐봉투 사용량은 2003년 125억 개에서 2015년 216억 개로 늘었다. 우리의 1인당 비닐 봉투 사용량은 연평균 420개로 핀란드보다 약 100배 많다.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은 무려 7000만 개다. 일회용품은 만드는 단계부터 구매, 배출 등 모든 과정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번거롭고 비용부담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환경운동을 통해서라도 생활의 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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