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원재]열도에 K문학 바람… ‘문학 역조’ 시정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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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도쿄특파원
장원재 도쿄특파원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대형 서점 ‘아카데미아 고호쿠텐’이 한국문학 특설 코너를 만든 것은 지난해 7월. 사쿠라이 노부오 점장은 처음에는 한두 달 정도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책이 술술 팔렸다.

멀리서 트위터를 보고 온 사람도 있었고, 들기 힘들 정도로 여러 권을 한 번에 사가는 고객도 있었다. 결국 ‘상설 같은 특설’ 코너로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사쿠라이 점장은 “공통된 반응은 한국문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만 니혼게이자이, 요미우리, 도쿄 신문에서 한국문학 특집 기사를 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류 붐에 의해 K드라마, K팝 등을 (일본인들이) 가깝게 느끼게 됐다. 다음은 K문학”이라고 단언했다. 한국문학을 시리즈로 내는 일본 출판사만 3곳이다.

왜 갑자기 한국문학일까. 먼저 일본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작품이 늘었다. 과거 일본에 소개됐던 작품은 분단이나 민주화운동을 다룬 것이 많아 한국문학은 저항적이고 무겁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 중인 쇼분샤의 사이토 노리타카 편집대표는 “젊은 작가들은 일본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세련되게 다룬다”고 평가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는 등 국제적 위상도 올라갔다.

동시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늘었다. 실력 있는 번역가도 여럿 등장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사이토 마리코 시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5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번역해 제1회 일본 번역대상을 받았다. 올해 번역대상 후보 18편 중 한국소설은 3편이다. 국가별로는 미국(5편)에 이어 두 번째.

좋은 작품이 한두 권 번역된다고 흐름이 되진 않는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낸 대표적 인물이 한국 책 전문 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다. 그는 2011년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권의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를 냈다. 세련된 표지와 유려한 번역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작품의 인상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K북 진흥회’를 결성하고 일본어로 번역해도 좋을 책을 정리해 정기적으로 일본 출판사에 알렸다. 한국문학 투어를 기획했고, 번역가도 양성 중이다. 대하소설 ‘토지’ 완역이란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도쿄의 고서적 거리인 간다진보정에서 한국 북카페 ‘책거리’도 운영한다. 매년 100개 이상의 이벤트를 여는 한국문학의 전진기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김연수,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이 작은 카페에서 팬을 만났다.

문학에서도 한일 격차는 아직 크다. 한국에 소개되는 일본문학은 매년 1000여 편에 달하지만 일본에 소개된 한국소설은 지난해 23권이었다.

상대국의 문학을 읽는 건 대중가요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또 다르다. 시와 소설을 통해 서로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한일관계가 안 좋을수록 문학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기대하며 응원한다. 브라보 한국문학, 힘내라 김 대표!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한류#한국문학#일본 한국문학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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