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등 돌봄교실 확대, 엄마 마음 담아야 공백 메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0시 00분


정부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아이 걱정을 덜기 위해 돌봄 체계를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위주인 돌봄 대상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맞벌이를 고려해 저녁돌봄교실을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한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 누구나 방과 후에 가정이든, 학교든, 마을이든 어느 한 곳에서는 돌봄을 받아야 된다”며 임기 내 현재 33만 명인 돌봄 인원을 53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가 초등학생의 ‘돌봄 절벽’ 문제를 인식하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간 초등학생 저학년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아동패널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5.54시간으로, 만 5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보다 1.5시간 더 적다. 아이가 오후 1시면 집으로 와 ‘하교 쇼크’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 같은 돌봄 공백은 일·가족 양립을 위협한다. 실제 지난해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 여성 1만5841명이 회사를 떠났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일단 대기 학생이 넘쳐 ‘돌봄 로또’로 불리는 돌봄교실을 늘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실적 늘리기’식 접근으로는 학부모가 느끼는 공백을 메울 수 없다. 현재 지역마다 돌봄교실의 프로그램 질 차이가 커 내내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는 곳도 있다. 돌봄교실이 있어도 “지겨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 때문에, 퇴근까지 2, 3시간 공백 때문에 ‘학원 뺑뺑이’를 시키거나 추가 돌보미를 구해야 한다면 엄마의 부담을 덜지 못한다.

정부는 ‘온종일 돌봄 체계’의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내놓기 전에 학부모의 요구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영·유아와 달리 초등학생은 엄마가 없는 단 몇 시간을 ‘옆집 엄마’처럼 돌봐줄 사람과 프로그램이면 충분하다. 초등 돌봄 공백을 시설이나 인력 확충의 문제로만 접근할 건 아니다. 돌봄교실의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건 내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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