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을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약속했다. 더디고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4·3 명예회복 후퇴 없어…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4일자 A10면)의 사진은 상징성이 크다. 문 대통령 내외와 희생자 가족이 함께 희생자묘역에 묵념할 수 있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4·3사건이 발생한 지 70년이 되었는데 진상규명이 안되고 명예가 회복되지 않았으니 유가족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제주뿐만 아니라 6·25전쟁, 이념 대립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이 많은데 진상이 밝혀진 것은 일부일 뿐이다.
2005년 설립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희생자 유족이 오랜 세월 투쟁과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유족이 나서지 않았다면 국가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언급했을지 의문이다. 마지못해 과거의 폭력을 인정하는 부끄러운 국가를 바라지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할 수 있고 역사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가족이나 친지를 억울한 죽음으로 잃은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방법을 찾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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