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봄꽃 엔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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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에피소드 하나. 을사 국치 이후 일제강점기에 활동하신 독립운동가 중 월남 이상재 선생이 있다. 많은 강연과 교육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명연설가였다. 어느 봄날 월남 선생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청중 틈에는 선생의 강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군 형사도 와 있었다. 당시에는 조선인 중에 일본군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들을 비하하여 ‘개’라고 했고 일본군 순사를 ‘나리’라고 비아냥거렸다.

강연장에서 일본 형사들을 보고 나서 월남 선생의 강연 첫마디는 “봄이 되어서 그런지 ‘개나리’가 만발했군요!”였다. 청중의 박장대소와 함께 일본 순사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이 간다.

에피소드 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 수도 워싱턴이다. 포토맥 강변을 끼고 피어 있는 가로수 벚꽃을 보기 위해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이 벚꽃은 미국과 일본 간 ‘가쓰라-태프트 조약’ 이후 1909년 도쿄 시장이 우호의 상징으로 왕벚나무 묘목을 보내 심은 것으로 ‘일본 벚꽃(Japanese cherry tree)’으로 불렸다. 당시에 벚꽃은 일본이 주산지로 알려졌는데, 한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이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그는 사람들을 시켜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일본 백과사전을 뒤져 일본의 겹사쿠라(왕벚꽃)가 조선의 울릉도에서 전래됐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자신이 설립한 단체인 한미협회를 통해 자료와 함께 미국 내무부 장관에게 이름을 ‘코리안 체리(Korean cherry)’로 고쳐 달라고 제의했다. 이후 ‘재퍼니스 체리(Japanese cherry)’ 대신 ‘오리엔탈 체리(oriental cherry)’로 부르기로 했다.

1943년 4월 8일 워싱턴의 아메리칸대 교정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24주년 기념행사로 ‘코리안 체리’ 벚꽃나무 심기 행사가 진행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은 올해 3월 22일 제주도를 기점으로 시작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피기 시작했다. 개나리꽃은 올해 3월 14일 제주도를 기점으로 3월 28일 서울에, 진달래꽃은 올해 3월 18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3월 29일 서울에 피기 시작했다.

올해 빨라진 개화로 이번 주말이 봄꽃 축제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봄꽃의 개화 시기는 2, 3월의 날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개화 시기는 일조시간과 강수량, 기온에 따라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 기상청은 개화일 전까지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1.3도, 평년보다 1.8도 높아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개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고 높은 봄 기온과 들쑥날쑥한 개화 시기로 지역의 봄꽃 축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최근의 기후변화가 봄꽃 개화 시기의 불확실성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일제강점기#을사국치#독립운동가#이상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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