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구자룡]‘톈궁 1호’와 ‘우주 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중국이 2011년 9월 쏘아 올린 첫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가 2일 칠레 서쪽 남태평양에 떨어졌다. 지구촌에는 ‘중국의 고장 난 우주정거장 추락 위험 경보’가 며칠간 울렸다.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어떤 재난이 발생할지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통제 불능 ‘우주 쓰레기’를 방치한 중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은 톈궁 1호가 2016년 3월 통신이 두절돼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가 됐는데도 지난해 말에야 유엔의 ‘우주 공간 평화적 이용 위원회(CUPOUS)’에 관련 사실을 통보해 비난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무게가 8.5t, 길이는 10.5m, 직경이 3.4m인 톈궁 1호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발생한 엄청난 대기 마찰열과 충격으로 불에 타 분해된 뒤 바다에 떨어져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지금까지 우주 물체가 추락해 큰 인명 피해를 준 적은 없지만 1983년 1월 러시아의 ‘코스모스 1402호’ 위성이 추락할 때 전 세계를 긴장시켰고, 1969년 러시아에 정박 중이던 일본 화물선이 추락한 위성 파편에 맞아 선원 5명이 부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대소설 서유기의 손오공이 누비고 다니며 소란을 피운 곳이 옥황상제의 하늘 궁전(天宮)이다. 추락했지만 톈궁 1호는 중국의 우주 개척 역사에서 맡은 역할을 다했다. 2012년 6월 18일 중국의 네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와 도킹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우주 도킹 기술을 확보했다.

톈궁 1호는 ‘선저우 8호’, ‘선저우 9호’, ‘선저우 10호’와 모두 여섯 번(세 번은 유인 우주선) 우주에서 도킹했고 6명의 우주 비행사가 톈궁 1호 내부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2016년 9월 두 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가 올라가 톈궁 1호와 임무 교대를 했다.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로 우주정거장 건설, 달 탐사, 화성 탐사다.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1998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24년 퇴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이후 중국이 유일한 우주정거장 보유국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2013년 12월 세계 세 번째로 달 탐사선 창어(嫦娥) 3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다. 이때 실려 갔던 달 탐사로봇 ‘위투(玉兎·옥토끼)’는 2016년 7월 31일까지 972일이란 세계 최장의 달 탐사 기록을 세웠다.

중국은 올해 창어 4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 반대편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내년에는 창어 5, 6호를 보내 달 표면의 흙과 월석(月石) 2kg가량을 채집해 돌아오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달에 무인 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있다. 화성에는 2020년 탐사선을 발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에 맞춰 화성 표면에 착륙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우주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는 위성 로켓 발사 기술이다. 중국은 해발 100km 이상 올라간 로켓을 197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85차례 쏘아 올렸다. 한국은 아직 자체 제작한 로켓을 한 차례도 쏘아 올리지 못했다. ‘추락하는 위성’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중국과의 우주 기술 격차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구자룡 이슈&피플팀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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