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어제 오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사무처장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참여연대는 시민운동가 출신인 김 원장이 20년 가까이 몸담은 ‘친정’이다. 개혁 성향의 경제실천시민연합까지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침묵을 깬 것이다. 참여연대는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어제 오후 김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겠다고 나섰다. 야권 등의 사퇴 촉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김 원장 해임 불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9, 20대 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떠난 횟수도 공개했다. “무작위로 피감기관 16곳을 뽑아 봤더니 더불어민주당이 65차례,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며 “김 원장이 의원 평균의 도덕 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했다.
청와대가 아직도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김 원장 엄호의 논리로 ‘국회의 관행’을 내세웠다. 의원이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게 관행이었다면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은 김 원장이 금융기관 ‘감독’ 임무를 맡을 자격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금융 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의 수장은 어떤 공직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위선의 민낯을 드러낸 김 원장은 심판관으로서 신뢰는 물론 개혁의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청와대가 야당 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까지 들춰내는 것이 전형적인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참여연대 시절 ‘검은돈’을 막겠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에 앞장서고는 의원 시절 효성 분식회계를 지적한 뒤 당시 효성 감사를 맡은 삼정KPMG 부회장에게 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탈을 쓴 ‘위선 백화점’이라는 말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도 아랑곳 않겠다는 청와대에 오만의 그림자가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22년 정치생활에 그런 식의 출장은 처음 봤다”고 하는 등 ‘우군’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것을 청와대는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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