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벚꽃이 눈처럼 내린다.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듯, 4월의 허공에 꽃잎이 흩날린다. 아무리 삭막한 도심에서라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장면은 우리를 멈추게 한다.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직장인은 걸음을 멈추고 셀카를 찍는다. 수업 듣던 학생도 창밖을 바라보며 지는 꽃잎을 바라본다. ‘아, 봄이 오셨구나.’ 이럴 때 모두들 같은 마음이 된다. 오늘, 봄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공통된 감탄사가 새겨져 있다.
이제 오셨지만 곧 가실 봄. 사계절 중 가장 아쉬운 봄. 이제는 짧아져서 더욱 귀해진 봄. 우리와 봄의 만남 사이에 말은 필요 없다. 봄의 진실은 언어가 아니라 비언어적인 감각을 통해 온다. 눈과 귀로 음미하며 감지하는 봄의 사태. 이 사태를 박재삼 시인은 ‘엄청난 비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봄을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시를 남겼다.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우리는 같이 넘겼다. 싫든 좋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겨울이라는 계절을 우리 모두는 함께 견뎠다. 그리고 맞이한 봄은 더욱 반갑다. 귀한 분이 오셨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시인은 입을 다물고, 그저 고요하게 봄을 음미하라고 말한다. 참된 것이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히 찾아왔으니 잠시 잠깐의 이 찬란함을 깊이 담아 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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