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하기만 하고 비탈지지 않은 땅은 없으며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无平不陂 无往不復)”―주역
주역의 태괘(泰卦)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요즘에는 마치 하나의 잠언처럼 쓰이고 있다.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주역을 공부하면서 이 구절에 격하게 공감했다. 운명의 속절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이 짧은 문장 하나에 완벽하게 표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내가 주역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가 됐다.
위기가 없는 인생은 없다. 계속 전진만 할 수 있는 인생도 없다. 그러니 잘나갈 때 교만하지 말고 어려울 때 크게 위축되지도 말아야 한다. 아마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꼭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잘될 때 계속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교만이지만, 그런 교만 자체가 인간의 속성이다. 오죽하면 ‘교만은 인간이 죽은 후 세 시간 뒤에나 죽는다’고 통탄한 신부님이 있을까. 그러다 보니 의도했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부침(浮沈)을 겪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허망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어제의 영웅이 오늘은 그 반대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처에서 그런 것을 목격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아성찰의 능력을 특별히 갖춘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그럴 수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역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리더라면 적어도 그런 성찰의 능력과 시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구 다음에 ‘고난 속에서도 정도를 지키면 화를 면할 수 있다(艱貞无咎)’는 구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그런 성찰의 능력은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나 또한 인생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늘 함께 온다’는 것을 잊지 않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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