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100대 조선소 가운데 다섯 곳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인근 거제의 대형 조선소와 동반 성장한 중견 조선소의 메카로 유명했다. 조선업 침체로 21세기조선, SPP조선, 신아sb, 삼호조선이 문을 닫았다. 최근 성동조선까지 법정관리가 결정되면서 통영 경제의 큰 축이 무너졌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던 통영의 신아sb 조선소 터를 랜드마크 공간으로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국제공모’를 오늘 시작한다. 스웨덴의 말뫼가 모델이다. 말뫼는 1990년대부터 조선업 공업도시에서 지식도시, 주거도시로 변신했다. 시 차원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을 지원했고 2000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통하는 다리를 건설해 경제권을 넓혔다. 우리에게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2002년 크레인 철거는 몰락이 아니라 부활의 과정이었다.
▷1995년 가동이 중단된 독일의 뒤스부르크 티센제철소는 공연장과 유스호스텔, 수중 다이빙 레저시설, 암벽 등반시설로 되살아났다. 캐나다 토론토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폐양조장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한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 붉은 벽돌이 가진 고즈넉한 운치가 일품이다. 일본 삿포로 도심의 삿포로팩토리는 흉물이 되어 가던 맥주공장을 문화관광명소로 되살린 공간이다. 부산 망미동의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철제 와이어를 생산했던 곳이다. 지금은 수많은 철제 빔이 폐공장의 분위기를 살리는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일궈낸 도시들의 공통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역의 개성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통영은 유리한 도시다. 수많은 문학, 미술, 음악가가 활동하던 예향(藝鄕)의 전통, 면면히 전승된 공예 기술,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 통영 조선소 재생 프로젝트로 들어서는 랜드마크가 이런 도시의 장점과 조화를 이룬다면 ‘통영의 부활’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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