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1945∼2013)는 연작소설 ‘가족’을 1975년부터 34년 동안 ‘샘터’에 연재했다. 그의 나이 30세에 시작해 64세가 될 때까지 자기 집안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아버지의 눈에 비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시대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30대 가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중년’으로 규정짓고 살아가는 모습이지 싶다.
▷앞선 세대는 정서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나 훨씬 조숙하고 어른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예전 동년배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더 젊어진 것일까. 지금의 30대가 스스로를 ‘중년’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다. 세간에서는 2030을 뭉뚱그려 청년세대로 부른다. 인구문제의 파장을 분석한 ‘한국이 소멸한다’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10∼39세 청년, 40∼69세 중년, 70세 이상을 노년으로 구분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정작 청년층 대상 정책을 펼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의하는 청년의 기준은 고무줄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청년은 15∼34세를 가리킨다. 통계청의 고용지표 기준과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르면 15∼29세가 청년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의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세금감면 혜택 대상은 15∼34세이지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서는 39세 이하로 늘어난다. 지자체 조례는 더 뜬금없다. 경기 성남시는 19∼24세, 전남 강진군의 청년층 활성화 조례는 19∼55세를 대상으로 정했다.
▷청년의 자격은 제각각인데 한정된 예산에 중구난방 펼치는 청년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면 노인의 기준은 1964년 65세로 정해놓은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는 5060세대를 신(新)중년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게도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약속했다. 청년도 신중년도 노인도 알뜰살뜰 돌봐주겠다는 정부의 포부는 가상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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