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나를 칠지도 모르고 그래도 마땅하다. 근데 내가 만약 당신의 신발이나 등짝에 대고 침을 뱉는다면 어떨까? 그건 좀 괜찮을까? 어떤 사람들은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편이다. 이건 거의 침을 뱉는 것과 똑같다. 특히 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슈퍼마켓, 항공기 안처럼 붐비는 장소에서는 더욱 나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한 번의 재채기가 10만 개의 세균을 8m나 뿜어낸다. 근데 그건 그냥 세균의 경우일 뿐이다. 재채기는 4만 입자의 콧물이나 침을 동시에 분사한다. 혹시 누군가가 당신의 바로 뒤에서 목에다 대고 재채기를 했던 경험이 있는가? 기분이 무척 나빴을 것이다. 만약에 협소한 공간인 기내에서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이 입을 가리지 않은 채 재채기를 해댔다면 누군가는 똑같은 질병에 감염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물론 재채기나 기침은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다. 재채기를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난 아침마다 서너 번의 시원한 재채기를 연발한다. 하지만 샤워를 할 때 한다. 모든 세균과 콧물을 물로 씻어낼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재채기를 참거나 티슈에 대고 한다. 그리고 티슈는 버리기만 하면 된다. 만약 티슈가 없다면 당신의 옷소매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소매가 없는 옷이라면 손으로라도 입을 가릴 수밖에 없다. 단, 누군가와 악수를 하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음식을 만지기 전에 그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재채기를 참는 것은 실은 위험할 수도 있다. 억지로 참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 목이나 갈비뼈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재채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함께 분사되는 것들은 처리할 필요가 있다.
공공위생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치과 위생에 대해서 매우 ‘깔끔’을 떠는 편이다. 하루에 세 번 이를 닦고 직장 화장실에서 점심시간에 이를 닦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에야 치약과 칫솔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에 비해 한국인들의 치과 위생에 대한 관념은 매우 빨리 발전했다. 나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국 사람만큼 열심히 칫솔질을 하는 편은 아니다. 1970, 80년대 한국에서는 이를 닦는 습관에 대한 캠페인이 매우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한 기침예절이니 개념기침에 대한 포스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포스터들은 내가 앞서 말한 기침예절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캠페인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거의 없다. 아니면 사람들은 조류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유행할 때만 그런 캠페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기본적인 위생과 질병에 관한 예방은 장소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딜 가든지 티슈를 소지하고 있다가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면 입을 가리고 하자는 것이다. 혹은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티슈라도 권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기분 나쁘지 않게 그 사람이 자기가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나는 ‘에∼취’ 하고 늘 시원하게 재채기하시는 우리 사랑스러운 장모님부터 시작해볼 생각이다.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상쾌하고 편안한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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