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패럴림픽이 진행됐다. 영국대사로 부임하자마자 2주 동안 평창을 3번이나 방문해 잘 조직된 스포츠 축제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 선수들뿐이 아니다.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분들과 열성적인 팬이 모두 하나가 됐다. 장애로 인한 어떤 한계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
4월 20일은 한국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패럴림픽에서 장애인의 날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영국인에게는 패럴림픽 등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느낌이 있다. 영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스토크 맨데빌 게임(Stoke Mandeville Games)’을 열었다. 패럴림픽의 개념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기억한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는 수백만 명이 운집했다. 경기장과 주변거리, 공원을 가득 채운 인파 등이 멋진 추억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런던에서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경기도 흥미로웠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거나 만났을 때 그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일상에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일부로 봤다. 공정한 문명사회를 건설하려면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반대로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은 잠재력 낭비, 기회 손실 등으로 공동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었다.
평창 패럴림픽으로 한국에서도 혁명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평창에 갔을 때 필자는 학생 80여 명을 만났다. 그들은 영국대사관에서 지원하고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주최한 프로젝트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은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이들이 처하는 어려움을 자세히 체험했다. 필자는 참가자들로부터 이 프로젝트가 장애인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됐다고 들었다. 이번 패럴림픽이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생각의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혁명은 계속되는 과정이다. 영국과 한국의 장애인단체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부정적인 장애 인식에 도전하고 더 많은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영국인과 한국인이 2012년 런던 패럴림픽과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의 경험을 발전시켜 진보의 길을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0